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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10. 화요일

사진불패 사진술쏴

 

 

 

 





편집부 주



이 글은 사진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사진술쏴 님의 글은 2번 더 납치될 시, 

삼진 아웃의 원칙에 따라 

딴지 필진으로 임명 되어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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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진술쏴입니다.

 

난데없이 이 곳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흔한 여성 사진사로 진짜 쌩~ 초보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보다 어렵게 사진을 배워왔다고 자부(?)하는 독특한 이력의 사진사입니다.


오늘부터 연재 하게 될 글은 어찌보면 그 뻘스러운 시간들에 대한 반성과 한풀이(?) 같은 글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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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인 스윙걸즈에 나오는 대사 중에 어리버리한 야구부원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스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비루한 사진사인 필자는 이런 말을 하려고 합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기계를 잘 아는 사람과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

 


필자는 그 중에서도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 즉 기계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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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기계를 정말 잘 아시는 분들에게는 약간은 유치하거나 지루한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오로지. 오로지 저 같은 기계치 들을 위해 헌정문헌인 것입니다.


필자는 정말 기계치였습니다.


컴퓨터는 전원을 켜고 끄는 것만, 인터넷은 근근히 웹서핑 하는 것 정도만 할 줄 알던, 그래서 주변에 답답함을 한없이 전염시켰던 그런 흔한 사람, 그게 접니다. 제가 꽤 잘 다룰 수 있었던 전자기기는 오디오, TV, 전자레인지, 세탁기, 헤어드라이어 흠흠 그런 저였습니다.


이러한 기계치 주제에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요? 어쩌다가 이렇게 크고 시커먼 광학계 전자기기를, 그리고 먼가 복잡해 보이는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게 되었을까요?


제가 사진을 찍어봐야겠다고 결정한 그 날은 어느 한 겨울날이었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한 장의 사진에, 말하자면 필이 딱 꽂혀 버린 거죠. 당시 저는 딱히 할 일도 별로 없는, 한 바닷가 촌구석에서 간단한 사무를 보는 파견직이었기 때문에 시간도 많았고, 망망대해만 바라보던 저에게 사진은 무한한 가능성과 기대감을 선사해 주었답니다.

 

그래 결정했어 후훗~후후훗~5.jpg

 

 

단무지 정신으로 일생을 살아온 필자는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무대뽀 정신(?)으로 그렇게 사진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것이 일생 일대의 모험이란 걸 그때는 전혀 짐작하지도 못했습니다.


난생 처음 마주한, 시커멓고 크고 차갑고 무거운 기계는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죠. 파란색과 보라색이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커다란 눈알이 달려 있는, 큰 시커먼 금속덩어리 몸체에, 쓰임을 알 수 없는 별의별 버튼이 잔뜩 달려 있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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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셔터야’ 카메라를 전해 준 형부의 유일한 가르침.

 

 

하염없이 눌렀 봤답니다. 사실 처음에는 눌리지도 않았어요. 형부가 Lock을 걸어놔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정말 미츄아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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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접니다.

 

 

사진기만 있으면 분명히 제가 봤던 그 엄청난 이미지를 잡아낼 것 같은 호기에 들떠 있던 저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닥친 거죠. 엄청난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기계가 제 손에 있는데 쓸 줄 모르니 그저 답답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달리 할게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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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한참을 강조할 내용이지만 사용설명서.

 


우리의 적. 그 책 말입니다. 3번 정독이 기본이라는 그 책.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그 책. 그게 영어로 써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의 두 번째 시련이 닥칩니다.


인터넷을 더듬더듬 뒤져 사용설명서를 결국 한글로 내려 받습니다.


하나하나 버튼의 이름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당시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어를 어설프게 번역한 듯한 사용설명서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욱 혼란 속에 저를 내동댕이치게 하고 맙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DSLR을 이해하지 못한 채 카메라를 소유하게 되는데, AUTO 기능만 사용하시거나 P모드를 Professional모드라며 즐거이 사용하시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꽤나 많이 봤습니다.


기백만 원짜리 사진기를 샀으니 공부는 해야 하고 책도 샀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생각한 것과 달리 어렵고 따분하고 사진을 이해하려니 머리는 아프고 열정은 식어가고 점점 나는 어디로 가나~~~ 마음은 손에 카메라만 쥐어주면 뭐든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쥐고 나니 뭘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방황하게 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크고 시커먼 사진기는

장롱으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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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이야기이긴 하지만 현대적인 카메라는 엄청난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해도 프로에 가까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답니다. 조금만 진지하게 공부하면 되는 일인데 바로 그 앞에서 좌절해 버리시는 거죠.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대구를 지나서 "아 너무 멀다"라면서 다시 돌아와 버리는 꼴이랄까. 저 같은 경우 특히나 그런 것들을 배우는데 너무너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소비했습니다.



서울...대전...수원...대구...대전...왔다 갔다



누가 가르쳐 주기라도 했으면 그렇게 바보 짓은 안…덜 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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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유로 저는 이 소박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사용설명서를 포함해서 인터넷에 널린 카메라 관련 정보들이 너무 어렵게 쓰여져 있어서 기계치의 눈으로 귀로 이해하고 품어 안을 만한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진 거죠. 저는 이 글을 통해서 가능하면 가장 편안하고 쉬운 단어와 개념으로, 기계치 사진사의 시각에서 쓸 것입니다.


셔터도 못 누르던 과거 어느 날의 저 자신에게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졌습니다. 정말 사진이 하고 싶은 한 기계치 인간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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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깨알 같은 사진 실력이 비루하기는 하나 그런 사진을 익혀가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아~ 예술도 기술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구나' 라는 걸 말이죠.


예술 행위라는 것을 간단하게 "작가의 의도를 보는 이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축약해 볼 때, 작가의 의도가 훌륭한 나머지 피카소 양뺨을 다다다다 때릴 지라도 그것을 적절히 또는 뛰어나게 표현할 능력이 없으면 그냥 아무 것도 아니란 것입니다.


그런 반복된 후회와 자괴감을 부여 잡고 정말 저와는 인연이 없는 매뉴얼들과 기술적인 이야기들을 한 장 한 장 배우게 된 거죠.


그리고 배우려면 가능하면 제대로 배우는 것이 나중에 다 도움이 되더군요. 배우는 과정에서 "저거는 절대 안 써먹을 꺼야"라고 생각했던 기술들이 놀랍게도 지금 가장 많이 쓰는 기술이 되기도 하고... 뭐 복불복인가? 아무튼 저처럼 어렵게 배우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글을 얼마나 잘 쓰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제 글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이해하다 보면 아마도 최소한 필자보다는 쉽게 사진을 배우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술적인 이야기에 무릎 꿇지 말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 봅시다. 어느 순간이 되면 '겨우 이런 것에 내가 힘들어 했던 걸까?'하고 너털너털하실 순간이 오실 겁니다.


기대하시라.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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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SLR?


이 글은 사진을 찍는 기술에 대한 나름 친절한 안내서가 되겠지만, 사진은 기술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 사실은 이게 핵심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글은 기술적인 안내서인 동시에 필자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사진에 대한 이해가 어렴풋하게 녹아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취향에 안 맞으시면 그냥 넘겨주시고 맞다 싶으면 기쁘게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단순하게 피사체(찍히는 대상)를 보고 있다가 본능적으로 셔터를 찰칵 누르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죠. 특히 필자나 그와 유사한 기계치 여러분들에게는 이 세계에 깊숙하게 발을 담구는 데는 많은 용기와 장애가 따르게 됩니다.


요즘 핸드폰은 너무너무 대단합니다. 실로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죠. 어설프게 찍은 DSLR사진보다 오히려 핸드폰 사진을 찍는 것이 기계치인 우리에게는 훨씬 쉽고 유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크고 무서운 기계를 다루어야만 했을까요?



첫 번째로 DSLR은 고화질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무지막지한 기계입니다.


작은 사진기나 핸드폰 같은 사진은 화면에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컴퓨터 화면으로 보거나 출력을 해서 보면 화질이 상당히 지저분합니다.

 

물론 핸드폰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나의 사진을 작은 화면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요? 사진은 뽑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찍는 행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느낌에 따라 보정해서 출력까지 해야 비로소 진정한 나의 사진이 되는 것입니다. 솜털까지 생생한 깊은 색감의 사진을 위해 이 DSLR을 배워야 합니다.



두 번째, 작은 사진기로는 찍지 못하는 사진이 있습니다.


일단 DSLR은 참으로 다양한 렌즈가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언급되겠지만 다양한 "화각"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심도"에 따른 각각의 맛이 있습니다.

 

또한 빠른 초점잡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사진 같은 역동적인 사진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어두운 곳에서도 노이즈가 별로 없이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좋은 조건에서 색과 형태를 재현하는 능력도 작은 사진기 보다는 훨씬 우월합니다.

 

이처럼 때론 기계의 성능에 의존하여 찍는 사진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럴 경우 DSLR은 필수가 되겠지요. 항상 이러한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성능의 기계는 언젠가 그 값어치를 하게 되는 법입니다.



세 번째로… 멋있잖아!



내 손안에 명령만 내리면 제 몸이라도 내어줄 것 같은 믿음직하고 강한, 크고 시커먼 기막힌 기계가 대기 중에 있다. 나는 사냥꾼처럼 번들거리며 피사체를 응시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나는 렌즈를 고르고 피사체를 둘러싼 다양한 조명들을 체크한다.


가능한 한 움직임을 억제한 채, 모두에게 경고의 소리를 내뱉는다


하이!~

띠딕


나의 카메라는 나직하지만 완고한 목소리로 초점잡기를 완료하였다고 내게 말한다. 나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셔터를 나직이 누질른다.


철컥!~

 

나의 주위에 서 있는 조명들이 한번의 섬광을 내뿜고는 길게 신음한다.


삐이~~~


첫 번째 샷이 메모리 카드에 저장된다. 뷰 파인더로 보이는 피사체의 작은 변화에도 나는 동물적으로 반응한다.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방울이 거슬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는 빛으로 그리는 화가. 나의 피사체와 나의 카메라는 물아일체가 되어 너울렁 너울렁 춤을 춘다.




앞에도 이야기 했지만 예술은 기술에 기반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레오나르도의 다빈치는 그만의 색을 찾기 위해 수년간 물감 개발에 몰입하기도 했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장르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형태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떠나 인류의 예술활동은 기본적으로 기술에 기반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잘 만들어진, 또는 잘 정돈된 어떤 장면이나 상황을 보면 "예술이네~"라고 하지 않습니까?


결국 우리는 사진을 잘 찍기 위해 기초적인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만 합니다. 타고난 감각만으로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잘 정돈된 기초실력을 가진 사진사들이, 감각만 가진 사진사들을 제쳐버리는 것을 두 눈으로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중요성은 특히나 필자 같은 기계치에게는 더욱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일차적으로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잡아내는 단계가 있겠고 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잡아내는 단계도 있습니다. 때로는 내 눈과 머리 속에 있지 않는 것을 잡아내는 경우까지. 늘 공부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고, 더 넓고 깊게 사고하는 노력이 필요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니까 대단해 보이지만 예술이 다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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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카메라를 사야 돼?


주변에서 사진을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 "무슨 카메라를 쓰나요? 어떤 카메라가 좋은가요?" 저의 정답은

 

비싼 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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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참 어렵습니다.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이건 자신의 스타일의 문제도 있고. 브랜드 가치의 문제도 있고, 중고가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는지, 가장 중요한 예산의 문제도 있고. 너무 너무 복잡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카메라만 산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저렴하게 달려 나오는 번들 렌즈는 번들 렌즈일 뿐, 결국 다른 렌즈를 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그렇다고 번들 렌즈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정말 좋은 렌즈죠.)


아~ 여기서 번들 렌즈란? 끼워 파는 렌즈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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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사와 C사의 번들렌즈



물론 가진 돈이 많다고 하면 이상적으로는 풀세트로 시작하는 게 내 생각에는 정답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자처럼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가난한 사진사는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용이든 취향이든 브랜드든 뭐가 되었든 간에 결국 '좋은 카메라가 무엇인지 인가?'의 문제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맞는 카메라'인 것인데, 문제는 초보자는 자기에게 맞는지 어쩐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화장품을 고르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본인의 피부타입이라든지, 성분이라든지, 선호 브랜드 등등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듯이 말이죠. 결국 써봐야 알겠지만 사실 거기에 도움을 주자면 '알아야' 고를 수 있습니다.

 

약간의 수고가 들더라도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나면 훨씬 수월하게 고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카메라 사용기 등을 보면 알겠지만, 아마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것입니다.

 

필자 또한 그러했기에, 지금 당장 뭔가를 사고 싶은 사람은 조금 기다리고, 먼저 이 글을 읽어 보시라. 좋은 카메라가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카메라가 무엇인지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필자는 이제야 필자에게 맞는 카메라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필자이고 독자는 독자가 아니겠는가?

 



무슨 사진을 어떻게 찍고 싶나요?


앞 장의 '자신과 맞는 장비를 선택하는 것'은 사실 '내가 무슨 사진을 찍고 싶은가'를 아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당신은 무슨 사진을 찍고자 하나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순간 아니 카메라를 갖고 있는 당신은 이미 사진작가입니다. 이 순간 이미 당신은 사진가로서의 필요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사진가로서의 당신은 항상 자기가 무엇을 찍고 싶은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각자 무슨 사진을 찍을 건지 목적이 다 다르기 때문에 무어라 얘기할 순 없지만 우선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단지 사진을 예쁘게 기술적으로 잘 찍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진은 직접화법입니다. 온전한 현실을 자신만의 의도나 목적에 맞게 잘 담아내면 따로 해석이 필요없다고 합니다. 사진 그대로가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경도 언어도 초월합니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많이 부족합니다. 왜냐면 필자는 원래 사진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땐 그저 호기심에 신기해서, 그리고 셔터 누르는 소리가 좋아서 아무 생각없이 마구 찍기 시작했는데, 어느 때부턴가 생각이란 걸 하면서부터 사진 생활에 변화가 생겼기에 지금 이런 주제 넘는 소리를 합니다.


생각이란 게 생긴 후부턴 어떤 것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생각하고 늘어놓고 고르고 이런 반복을 하고 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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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활동도 결국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게 더 나은가? 저게 더 나은가?" 항상 선택의 순간이 끊임없이 다가옵니다. 결국 생각은 이러한 판단의 기초가 되고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생각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필자는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최근의 결론은 이 생각이라는 넘이 결국 나만의 세계관, 예술관, 인생관, 가치관 등... 그러한 것들의 뭉텅이라는 것입니다. 그래, 그래서 필자는 그 뭉텅이의 반영을 사진을 통해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제위 여러분들 또한 필자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쩌면 저 생각의 뭉텅이를 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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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도는 일단 나갑니다.


이러한 생각을 잘 찾아내는 것, 나만의 그것을 찾기 위해서 일단 사진의 쟝르를 러프하게 들여다 보겠습니다. 여성의 화장품은 수십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스킨, 로션, 에쎈스, 아이크림, 메이크업베이스, 컨실러, 파운데이션, 색조화장품, 아이라인, 마스카라, 립스틱, 비비크림, 썬크림 등등. 각각의 화장품은 저마다의 기능이 있고 바라는 바가 있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에도 정말 많은 분야와 종류가 있는데 대체로 다음 몇 가지로 추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물사진, 정물사진, 풍경사진, 스포츠-보도 사진, 예술사진 등등



1. 인물사진은 말 그대로 인물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상의 깊이를 잡아내는 심안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단지 인물뿐 아니라 그 인물을 살려줄 배경이나 빛, 옷, 화장 등 그 인물 자체가 주제이니 만큼 다양한 시도를 통해 표현해내는 장르죠.


2. 정물사진은 사물을 표현하는 사진입니다.


대체로 제품사진이 이 분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데 사물의 특징이나 부각시키고자 하는 또는 가려야 할 부분을 잘 정리해서 만들어가는, 제품사진이 아닌 꽃사진이라든가 뭐 이런 야들야들한 것은 가히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랄까요?


3. 산, 들, 바다 등등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담는 것을 풍경 사진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 풍경사진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쉬울까요? 아닙니다. 풍경사진은 부지런해야 찍을 수 있습니다. 때론 상당한 위험을 감내해야 할 용기도 필요합니다. 좋은 빛, 좋은 구도, 무한 체력, 그리고 날씨 등 모든 요소가 부합되어야 좋은 풍경사진이 나옵니다. 천재성과 인간 승리의 장르죠.


4. 스포츠-보도 사진은 찍고자 하는 대상의 이해도를 많이 필요로 합니다.


스포츠 사진 같은 경우 내가 무슨 스포츠를 보고 있는지 이해를 못한다면 못 찍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뷰 파인더에서 눈을 떼면 안됩니다. 정말 순식간에 타이밍을 잃어버립니다.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거죠.


5. 예술사진은 정말 많은 분야가 있겠지만 핵심은 작가의 심상을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이건 진도 나간 다음에 다루어 봅시다.

 


생각이란 넘이 모든 걸 지배하진 않지만 적어도 아스팔트에 삽질은 하지 말아야겠기에 반복합니다.


사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의 연속입니다. 연속된 선택의 결과는 결국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게 되고야 말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사진 작업을 통해 나 자신을 탐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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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시커먼 기계와 친해지기



형부는 언제나 그렇듯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책상 위에 다소곳이 자리를 차지한 검은 덩어리들. 언니를 괴롭혔다. 2주인가 3주인가. 나의 작은 책상 위에는 형부가 쓰시던 구형 DSLR과 렌즈 몇 개가 놓여있었다.


"이게 셔터야"


형부는 늘 단답식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낫 놓고 기역자뿐 아니라 니은 자도 깨우친 필자가 아니었던가. 이 따위 기계쯤은 단박에 알아내어 버리겠어 !!! 곧 나의 충실한 집사가 될 테지. 후후훗~~후후훗~~


셔터를 눌러본다. 버튼의 감각이 누르는 중간에 중간에 꾸득꾸득 한 게 먼가 걸리는 게 있는 것 같다. 중고는 역시 쓰는 게 아닌게야. 흥.

 

On/ Off

아 이게 파워버튼인가 보군. 이정도 쯤이야. 후훗

하나하나 읽어나간다.

 

QUAL

콸? 이거 누르면 먼가 콸콸 쏟아지나?


ISO

이스 오? 아이 쏘? 뭐지? 대체?


WB

음... 월드베이스볼? 야구용인가?


BKT

이건 헤어 제품인데?


이름표도 붙지 않은 버튼들도 많네? 손 가는 곳마다 무언가 버튼이 있고 레버가 있다.


아놔~ 뭐 물건을 이따구로 만들고 삐리리)@)#(*삐이%)@#(%*@이야!!!!~~~




필자처럼 기계치인 예비사진가는 기본적으로 이 무겁고 시커먼 놈의 생김새를 잘 노려보아야 합니다. 버튼도 십여 개나 되고 다이얼처럼 돌리는 놈들도 있고 먼가 새까맣게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아.. 보기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아....아마 난 안 될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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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전에, 왜 이렇게 많은 버튼과 컨트롤들이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대체로 기계를 만드는 엔지니어 같은 사람들은 우리 기계치들과 달라서 상당히 단순한 걸 좋아합니다. 모자라면 채우고 남으면 비웁니다.


그들은 기왕이면 사용하기 편리한 곳에 조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합니다. 대체로 엔지니어들은 정치가들이나 재벌들이나 연예인들보다는 믿음직한 존재죠.


이거 다 공대 오빠들이 만든 거잖아?

 

19.jpg

 

 

공대 오빠들에 대한 믿음을 충만히 하고서 이 넘을 노려보기 전에, 여기서 사진이 찍히는 과정을 좀 살펴보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사진이 찍히는 과정을 알면 저 복잡한 조작 장치들이 왜 저기에 달려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장면을 옆으로 늘어 놓아봅시다.



<찍힐넘>---<렌즈>---<조리개>---<셔터>---<센서>---<찍는넘>

 

 

20.jpg

 

 

각 파트는 나중에 심도 있게 (길~게) 설명을 하겠지만 일단은 대략의 이해를 하고 넘어갑시다. 좀 안다고 생각이 들어 지루해진 분들은 스킵하셔도 좋겠습니다.



렌즈


...는 피사체에 반사된 빛을 잘 모아 모아서 카메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렌즈는 잘 모으고 나쁜 렌즈는 잘 못 모아서 나중에 확인해 보면 좋은 렌즈로 찍은 사진은 블링블링하다나 모라나.


이 넘의 역할은 암튼... 빛을 잘 이쁘게 모아주는 거. 렌즈의 조작범위는 수동으로 초점링을 돌려 조절한다거나 줌링을 돌려 조작합니다.


이것은 왼손이 하는 일이죠. 가끔 AF/MF(자동초점/수동초점) 변환 스위치를 만질 일이 있는데 이것도 역시 왼손이 하는 일입니다.



조리개


조리개는 렌즈가 모아온 빛의 양을 컨트롤하는 녀석입니다. 수도꼭지를 엄지손가락으로 막는 것과 약간 비슷한 합니다. 수도꼭지를 다 열어 놓으면 많은 양의 수돗물이 콸콸 뭉기 뭉기 쏟아지고 손꾸락으로 가능한 한 꽉꽉 막으면 수돗물이 쪼금 나오지만 썌에~~하며 날카롭게 물줄기가 뻗어 나갑니다.


조리개를 열면 빛이 콸콸 뭉기 뭉기 쏟아져 들어오고, 조이면 빛이 적게 대신 썌에~~하고 날카롭게 쏟아집니다. 이 조리개의 열고 닫는 일은 오른손이 담당합니다.


모델에 따라 또는 세팅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오른손 검지손가락, 또는 엄지손가락으로 다이얼을 돌려 조리개 구멍을 넓히거나 좁히고 합니다.



셔터


이 넘은 빛.커.튼입니다. Curtain. 


커튼은 빛을 막고 있다가 빛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 열어서 빛을 받는 역할, 얼마나 오랫동안 열어 두었다가 막느냐가 여기서 중요 포인트, 클럽에 입구 앞에 서 계시는 건장한 아저씨 같은 분, 이 분 허락이 없으면 감히 빛이 센서로 가지 못 한다구요.


보통 이 셔터를 얼마나 오랫동안 열어 두느냐의 컨트롤은 조리개와 비슷...하지만 반대입니다. 만약 검지손가락으로 조리개 다이얼을 컨트롤 한다면 엄지손가락이 셔터를, 엄지로 조리개 다이얼을 조절 할 경우는 검지손가락이 셔터를 조절합니다.


다시말하면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걸치는 두개의 다이얼 컨트롤러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이 둘을 조절합니다. 뿐 아니라 셔터를 작동하게 하는 셔터 버튼도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담당합니다. 피사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 훗.



센서


이 넘은 빛을 받아서 그 빛을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만들어주는 거. 예전에는 필름이, 지금은 반도체부품이 대신합니다. 센서에 대한 컨트롤은 보통 File형식, ISO 스피드, 화이트밸런스 등등이 있지만 한 손으로 조작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두 손을 같이 사용합니다. 먼가를 누르고 다이얼로 선택하는 식.

 


찍는 넘


항상 이 넘이 문제죠. 오징어나 문어라면 저보다 잘 찍을 듯.

 

 

위의 글을 요약해 봅시다.


빛을 받은 피사체는 그 빛을 반사해 렌즈로 보내주고. 대체로 렌즈는 왼손으로 조절합니다. 렌즈는 그 빛을 모아서 이쁘게~ 조리개로 넘겨줍니다. 조리개는 이 빛을 밝고 몽기 몽기하게 또는 어둡고 썌에~하고 날카롭게 조절해서 적당히 센서로 넘겨주는데 그 전에 셔터란 놈이 적당한 시간 동안 빛을 센서에 허락하여 줍니다.


이 조리개와 셔터는 왼손의 엄지와 검지가 다이얼을 돌려가며 조절! 센서는 그 빛을 받아서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서 우리가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파일의 형태로 이미지를 저장해 줍니다.


찍는 넘은 이 모든 과정을 컨트롤 합니다.

 

그래 이거였어! 21.jpg


 

참 쉽죠~~?


아... 네...


어렵습니다. -_-;;;


일단 잘 모르더라도 나중에 또 자세한 설명 나가니까 쫄지는 맙시다. 중요한 것은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 마음으로 적어두는 그런 거 알잖아~ ㅋ


대략 너나 할 것 없이 10퍼센트만 이해한 채로 이번에는 카메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들여다 봅시다.


필자는 가진 게 N사의 바디밖에 없기 때문에 이걸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대체로 조금씩 다르지만 C사나 S사 등등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같은 회사의 제품도 제품라인업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정면을 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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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메라는 니콘의 '중급기'라고 할 수 있는 D800 이라는 모델입니다. 사진상의 왼쪽을 보면 오른손이 쥐고 있는 그립부와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쉴 새 없이 누르는 셔터가 있습니다. 전면 다이얼이 보이시지요? 후면에도 비슷한 게 있습니다. 이것들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절하죠. 뿐 아니라 여러가지 메뉴들도 다이얼들로 컨트롤 하는 게 많습니다. 쉽게 말해서 점선으로 표시된 이 부위는 조작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조작질이 많은 부위.


뒷면도 디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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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은 ‘오른쪽’ 눈이 빠져라 봐야 하는 뷰 파인더가 있고 역시 후면 다이얼도 있죠. 넙데데한 LCD 모니터 창이 있습니다. 방향키는 각종 메뉴에서 여러 가지 조작을 하는데 사용하는 일종의 조이스틱입니다. 어떤 모델들은 둥그런 다이얼과 버튼 조합으로 된 것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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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오른손으로 꽉 쥐고 있어야 할 오른쪽 옆면입니다. 두툼한 '그립'이 있죠. 오른손이 착 감기는 그 곳. 이 곳이 이렇게 두툼하면 카메라를 흔들림없이 잘 잡을 수 있습니다. 이 두툼한 그립 내부에는 배터리와 메모리가 속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편 옆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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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편에는 렌즈의 초점을 조절하는 링과(줌렌즈의 경우 줌링도 있다.) 렌즈 교환버튼이 있습니다. 렌즈 교환 버튼은 렌즈를 바꿔 끼울 때 꾹 누르고 렌즈를 돌려서 빼주면 됩니다.



살짝 방법을 알아보고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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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하면 렌즈가 쏘옥 빠지면서 카메라의 속이 훤히 드러납니다. 신기하다고 오랫동안 들여다 보거나 훅훅 불거나 만지거나 하지 마세요. 먼지가 센서에 붙기도 하고 잘못 건드리면 카메라가 병원에 가야 합니다. -_-;


아무튼 뺏으면 도로 껴야죠. 렌즈를 끼울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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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나 있는 표시점과 카메라의 표시점을 일치시키시고 좌나 우로 돌리시면 됩니다. 이 방향은 제조사에 따라 다릅니다.(별걸 다 불일치시키는 넘들. 대체로 N사와 C사는 서로 다른 컨트롤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머리 쪽 볼록 튀어나온 것은 내장 플래쉬. 카메라 안에 품고 있는 쪼고맣고 앙증맞은 플래쉬가 있단 말씀입니다.(모든 기종이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보이지만 뷰파인더에 사용하는 초딩 때 만들고 들여다 봤던 잠망경의 원리로 작동되는 프리즘 같은 게 들어 있어요. 저렴한 버전은 거울로 되어 있고, 좀 비싼 카메라는 비싼 유리로 된 프리즘 같은 게 들어 있습니다. (펜타미러/펜타프리즘)


이번에는 카메라 위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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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왼쪽으로는 화이트 밸런스와 ISO 등을 조절하는 키가 있고,(보통은 이런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려서 설정을 바꾸지요.) 오른쪽으로는 상단 LCD 창이 보입니다.


상단 LCD창은 셔터속도, 조리개값, ISO값 등등 온갖 촬영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보급기의 경우에는 대체로 상단 LCD가 생략되고 후면 LCD창의 정보를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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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안다구요~

이 정도로 설명으로 절대 카메라와 친해질 수 없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글을 쓰면서 더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본인의 카메라와 똑같지 않기 때문에 설명이 자세할 순 없을 것입니다. 허나 너무 걱정 마시라.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은 시작이라 먼가 헷갈리고 애매하단 거 잘 압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따라오다 보면 "어? 이거였어? ㅋㅋㅋ 아 놔~" 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겁니다.


 

 

카메라는 어떻게 잡는 게 가장 좋을까?


데헷~ 데헷~

 

새로운 어른용 장난감인 크고 시커먼 카메라를 잡고 연신 흐뭇해하는 필자. 카메라를 보면 뷰 파인더를 들여다 보고 싶어지는 것은 관음증 환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입니다.



어, 이거 어떻게 잡고 어떻게 보는 거지?

오른쪽? 왼쪽? 어떤 눈으로 봐야 하는 거지?

 


받아 들고 싱글싱글 빙글빙글 거리다가 갑자기 머리가 꽁야~ 



왜 인터넷이든 뭐든 찾아볼 생각을 안 했는지 나란 뇨자 참으로……. 운동도 그렇고 뭘 시작하던 간에 자세부터 잘 잡고 시작해야 하는 건데... 이번엔 카메라를 바른 자세로 잡는 카메라 파지법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간혹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왼쪽 눈으로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른쪽 눈은 카메라에 막혀서 장님이 되죠. 조만간 모종의 인간 대 인간 접촉사고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ㅋ


또 어떤 분은 늘 오른손으로만 카메라를 잡고 왼손은 영국산 찻잔에 고급 홍차를 담아 드시는 포즈로 우아하게 놀고 있는 양반들도 있겠습니다. 필자의 성격 같아서는 붙잡아 놓고 자세를 바꾸어 드리고 싶은 오지랖을 꺼내 들고 싶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필자와 카메라의 첫 만남을 생각하면 괜히 얼굴이 붉어지….


일단 간지나는 크다란 카메라를 샀다면 당연히 멋진 폼으로 카메라를 잡아야지 않겠습니까? 카메라는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카메라 잡는 법도 나름의 원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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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 없는 위 사진은 카메라의 바닥면을 촬영한 것입니다. 가운데 있는 나사구멍이 보이시나요? 이 나사구멍은 삼각대를 연결하는 구멍입니다. 그런데 단지 삼각대를 연결할뿐 아니라 이 구멍은 '카메라의 무게중심'이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가 아니라 한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잘~ 보면 카메라를 설계할 때 카메라의 왼쪽을 더 무겁게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한쪽을 무겁게 설계했을까요? 그것은 카메라를 잡고 조작할 때 왼손과 오른손과의 역할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 원리를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합니다.



하나, 왼손은 대체로 카메라를 상하로 지탱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고,

둘, 오른손은 좌우의 흔들림을 막고 카메라의 민감한 조작을 담당한다.

 


왼손은 카메라와 카메라에 달린 렌즈 등의 무게를 대부분 감당하는 손입니다. 반면에 오른손은 셔터나 조리개 등의 카메라 촬영에 관계된 조작을 감당하는 손입니다. 이것과 매우 유사한 자세가 있는데 그것은 사격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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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에서 발췌.

 


늠름한 군인아저씨 한번 보며 얘기해 봅시다. 왼손으로 총을 지탱하고 오른손은 방아쇠를 잡고 있습니다. 사진 찍는 자세와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더 복잡한 기계일 뿐... 왼손은 받쳐들고 오른손은 셔터를 누릅니다. 비슷비슷~~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위의 총을 쏘는 자세는 총을 어깨가 완전히 밀착하여 자세를 잡습니다. 이렇게 되면 총구가 덜 흔들리고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을 견착이라고 한다나 어쩐다나.


카메라는 어깨에 닿는 부분이 없는 대신 우리의 얼굴에 밀착합니다. 특히 여자분들은 화장 때문에 얼굴에 카메라 닿기를 엄청 매우 심하게 꺼리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개기름과 파운데이션을 많이 묻혀 주어야 주인과 친해집니다.(비비작~비비작~)

 

32.jpg 더 비벼줄께 인누와~인누와~

 


이제 카메라를 잡아 봅시다.


오른손은 셔터와 다른 조작부위를 만지게 되고 반대로 왼손은 렌즈를 받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왼편 손바닥으로 카메라의 아랫면을 지지하고 렌즈를 가볍게 동그랗게 감싸 쥐고,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고정합니다. 무리한 힘을 주지 않고 줌링이나 초점링을 조작합니다. 이때 왼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여야 안정적인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해 두실 점은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게 되더라도



얼굴, 왼쪽팔꿈치, 어깨가

삼각형 구도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안정적인 촬영에 유리합니다.

 


사진으로 확인해 보시지요. 촬영에 도움을 주신 OO양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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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은 셔터에 살포시 올려놓고 왼손은 렌즈와 카메라 바닥을 받치고 옆구리에 뙇~ 붙여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버팀목이 되어야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머리, 어깨, 팔꿈치의 삼각형 구도를 유심히 봅시다. 바쁘신 와중에도 몸소 누추한 스튜디오를 방문해 주시어 아름다운 모델이 되어 주신 이쁘고도 착하옵신 OO양께 몹씨 감사!(편집자 주 : OO양, 이번 벙커1미팅 참석 명령합니다. 단, 참가비는 직접 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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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세로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입니다. 가로 사진만 고집할 순 없잖아요? 세로 사진도 찍어봅시다. 


OO양!~ 다시 한번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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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 역시 세로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이다. 찍는 자세를 얘기하면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자세 좋다고 좋은 사진이 나오냐?"


 

네~ 라고 대답할 순 없지만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운동선수들이 성적이 부진할 때 자세부터 교정한다고 하죠. 왜 그럴까요? 그만큼 기본적인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여~ 일단 기본에 충실하자! 좋은 자세는 간지도 쩔어~~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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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카메라의 렌즈는 항상 고정되어 있었다.

항상 그곳에 마치 부착되어 있는 것처럼.

당시에는 그것이 카메라의 일부인 줄로만 알았다.

최근에서야 그 녀석의 이름을 알았다.


 <Nikon 50mm f/1.4 AI>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사그러져 가지만

아버지가 나를 찍어 주실 때마다 아버지는 사진사의 위치나 렌즈를 컨트롤하기보다는 

보다 만만했던 어린 나를 주로 컨트롤하셨던 기억은 더욱 새로워진다.



조금만 오른쪽, 아니 너무 많이 왔어.

뒤로 좀 더 가 봐 짤린다.

아니야 너무 뒤야.



사진 찍히는 일은 나에게는 꽤나 귀찮고 번잡스러운 일이었지만

아버지는 매번 내게 '빠다코코넛'으로 보상을 해 주셨었다.


지금은 되도 않는 코믹, 엽기적 포즈를 제공하는 대신에 

'빠다코코넛'을 득템하며 즐거워하던그 어린 소녀가 아니라 

반대로,


모델에게 이런저런 잔소리와 

불가능한 줄 뻔히 알면서도 버릇처럼 '좀 더 좀 더~'를 요구하며

전혀 아니지만 기운내고 찍히라고 이쁘다 아름답다 외치며

한줌의 실력을 한탄하는 사진사가 되었다.



 









사진불패 사진술쏴


편집 : 보리삼촌